제주 4·3 사건 유적

무명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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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림읍 월령리에는 진아영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그녀는 얼굴을 무명천으로 감싸고 50여 년을 살아왔기에 무명천 할머니로 불렸지요.


그녀는 왜 얼굴을 무명천으로 감싸고 살아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제주 4·3 사건 때문이지요. 제주도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던 할머니는 총탄에 맞아 턱을 잃고 말았어요. 턱을 잃은 후 할머니는 말하기도 힘들었고 음식을 먹으면 모두 흘리기 일쑤였지요.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었던 할머니는 식사도 항상 혼자 했어요. 이웃에 놀러가 커피 대접을 받아도 밖에서 마시고 들어왔다고 해요.


무명천 할머니는 제대로 씹지 못하니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어요. 총탄에 맞은 후유증으로 이곳저곳 아픈 곳도 많았어요. 링거를 맞지 않고는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었고, 진통제 없이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고 해요. 약값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웃 일을 도와주거나, 톳을 따 내다 팔았지요. 또 마당에 심어 놓은 선인장 열매를 팔아 수입을 마련하기도 했어요.

죽기보다 힘든 삶의 고통을 안고 외롭게 살아가던 할머니는 2004년 9월 8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삶터를 찾아오고 있어요. 돌담 아래 쭈그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던 무명천 할머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아직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의 아픈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까요. 제주 4·3 사건 유적을 돌아보면 그 진실을 하나하나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위로와 사과로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을 텐데, 깊은 상처를 딛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손을 내밀어 화해한 제주도민들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질 거예요. 또한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가치도 되새겨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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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영 할머니의 삶터와 할머니 집에 걸려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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