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도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많았어요. 국왕이 혼인을 하고, 세자가 태어나고, 죽어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모두 중요한 일이었지요. 조선에서는 유교 전통에 따라 예법과 절차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궤를 만들어 그 상세한 절차, 비용, 동원 인력 등을 세세히 기록해 두었어요. 물론 나라에서 성곽과 궁궐을 짓고 보수할 때에도 의궤를 제작했어요.의궤란 ‘의식’과 ‘궤범(규범이라는 의미)’을 하나로 더한 말이에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의례 행사에서 본보기가 되는 규범’이란 뜻이지요. 그래서 ‘의궤’라는 말에는 후손들이 같은 행사를 치를 때, 이전에 만들어 놓은 의궤를 참고하여 실수 없이 행사를 치르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요.또한 먼 훗날까지 예법에 맞는 올바른 절차를 생생하게 전하겠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어요. 국가의 큰 행사가 있을 때 이전에 만들어 놓은 의궤를 살펴보면 빠뜨리는 것 없이 잘 치를 수 있었겠죠?한편, 국왕의 명령이 적힌 문서, 각 업무와 관련해서 관청이나 관리가 주고받은 여러 가지 문서도 의궤에 수록돼요. 또한 담당자와 행사나 건축 공사에 동원된 사람들의 명단, 사용된 물품의 수량과 비용 등도 의궤에 포함되지요. 뿐만 아니라 행사 후 남은 물건을 되돌려준 사실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