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 과거시험에 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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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에게 일본 유학을 가라고 조언한 사람은 박규수예요. 유명한 실학자 박지원의 손자지요. 박지원은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의 상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북학파 실학자였어요. 김정희, 박제가와 같은 많은 제자도 길러냈지요.
그런데 박규수는 할아버지에게 직접 실학사상을 배울 수는 없었어요. 그가 태어나기 2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학문을 이어받고자 노력했던 아버지 덕분에 할아버지의 실학사상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자네의 학문 수준이 매우 높은 것 같네. 내가 비록 자네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학문을 나누고 친구로 지내고 싶네.”
박규수가 15살이 될 무렵이었어요. 조종영이란 사람이 자신보다 36살이나 어린 박규수와 친구가 되기를 원했어요. 조종영은 예조와 이조의 판서를 지냈어요. 그런 사람이 박규수와 학문을 나누는 친구가 되자고 했으니 박규수의 학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효명세자도 이런 박규수를 높이 평가하고 무척이나 아꼈어요. 효명세자는 아버지인 순조가 건강이 악화되자 18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렸어요. 당시 조선은 안동김씨가 정치를 좌지우지해 백성들의 생활이 어려웠고, 왕권도 약화된 상태였어요. 효명세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20살의 박규수도 효명세자의 개혁정치에 희망을 걸고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어요.
효명세자와 박규수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 효명세자가 21세의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게다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와 아버지마저도 돌아가셨어요. 이 일을 겪으면서 박규수는 큰 상처를 받아 약 20년 동안 과거 시험도 보지 않고 꼭꼭 숨어서 살았어요.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세도 정치는 끝날 줄 몰랐어요. 박규수는 다시 마음을 잡고 과거를 봐 관리가 되었어요.
“나의 아버지인 효명세자께서 그대를 아꼈던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소. 앞으로 큰 벼슬을 내려 나랏일을 돕도록 할 것이니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라오.”
헌종은 과거 시험에 합격한 박규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얼마 후 헌종이 세상을 떠났어요. 헌종이 돌아가신 후 강화도에 살아 강화도령이라 불리던 왕족 이원범이 왕이 되었어요. 바로 철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