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필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을 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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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내 나라를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전형필은 가장 먼저 인사동에 있는 책방인 한남서림을 넘겨받았어요. 그곳에서 옛날 책과 그림, 도자기 등 골동품들을 사들였지요.


“자네 그 소식 들었나? 한남서림에 가면 제값보다 더 후하게 사준다면서?”


“나도 도자기 하나를 들고 갔었는데, 어찌나 값을 잘 쳐주던지!”


전형필은 옛 책과 그림, 도자기 등을 팔러오는 사람들에게 후하게 값을 쳐주며 사들였어요. 그래야 거래꾼들이 귀한 우리 문화유산을 많이 가지고 올 테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문화유산이 나타났어요. 바로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이지요. 그 매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본인 마에다 사이치로였어요. 마에다는 조선 총독부가 그 매병을 1만 원에 사들이려고 하자, 더 비싼 값에 팔고 싶어 했어요. 전국의 골동품 가게에 사진을 돌리고, 기와집 20채 값인 2만 원까지 가격을 올렸어요.

전형필은 비싼 가격임에도 머뭇거림 없이 땅을 팔아 그 매병을 사들였어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거든요. 천 마리 학이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걱정과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지요.


상감청자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어요. 일본인 무라카미였지요. 그가 찾아와 두 배 가격을 줄 테니 팔라고 하자 전형필은 이렇게 대꾸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청자를 제게 가져다주신다면 산 가격대로 드리겠소.”


“하하하, 제가 실례를 했군요.”


전형필의 정중한 거절을 알아차린 무라카미는 그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갔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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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국보 제68호)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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