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관혼상제

함 사세요~ 함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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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혼례에 앞서 신랑 집에서 신부집으로 함을 보냈어요. 함 속에는 신부에게 줄 푸른색과 붉은색의 치맛감을 청실과 홍실로 예쁘게 묶어서 넣었어요. 청색의 청실은 신랑을, 홍색의 홍실은 신부를 가리켰어요. 청실과 홍실처럼 신랑 신부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뜻으로 넣었지요.


함을 짊어지고 신부집으로 가는 사람을 함진아비라 했어요. 요즘 함진아비는 오징어 가면을 쓰지만, 예전의 함진아비는 숯으로 얼굴을 검게 칠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꾸몄어요. 함진아비가 신부집 앞에 도착해서 고래고래 외치기 시작해요.


“함 사려! 함 사려!”


그러면 미리 마중을 나와 있던 신부집에서는 푸짐한 술상을 차려 내놓아요.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자, 함이 무거울 테니 어서 내려 놓아요.”


“먼 길 오느라 함 내려놓을 힘도 없소.”

“노잣돈이 떨어져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오!”


함진아비와 그 일행들은 엄살을 떨며 함을 진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요. 그러면 신부집과 함진아비 사이에 재미있는 승강이가 벌어져요. 이런 모습은 동네 사람들에게 신나는 구경거리지요.


동네 사람까지 끼어들어 함을 내려놔라 마라 하면서 흥미진진한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어요. 이때쯤 함진아비가 못이기는 척하며 함을 내려놓지요. 함진아비는 일부러 늑장을 부려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든 다음에야 신부 집에 들어서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함보내기 풍습이에요.


혼인하는 날은 사람의 일생 가운데 가장 크고 즐거운 잔칫날이에요. 기쁨이 클수록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더 즐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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