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의 일상 생활모습을 그림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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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백성을 위한 개혁 정치를 하고자 노력하였어요. 그러기 위해선 백성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했지요.
정조가 김홍도의 풍속화를 감상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어요. 문득 정조는 무엇인가 결심한 듯 김홍도를 들라 명하였어요.
“네 붓 끝에 내 꿈을 실어도 되겠느냐? 네가 나의 눈이 되어 백성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 숨김없이 그려오라.”
정조는 백성들을 잘 살피길 원했어요. 그래서 자신이 아끼는 김홍도에게 백성들의 생활 모습을 그려오게 하였던 것이에요. 김홍도는 백성들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자 했어요.
김홍도가 고민 끝에 먼저 간 곳은 바로 서당이었어요. 서당에서 또래들과 맘껏 어울리며 공부하는 모습이 궁금했어요.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서당
국립중앙박물관
서당에 한 아이가 훈장님께 회초리 맞을 일이 두려워서인지 대님을 느릿느릿 풀며 훌쩍이고 있었어요.
“이 녀석 숙제를 안했나? 훈장님께 혼쭐이 나겠구나”
그런데 누가 혼나면 분위기가 무거운데 오히려 다들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김홍도는 바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어요. 훈장과 아이들의 표정과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훈장님의 표정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우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듯 했어요. 입을 가린 채 무언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있었어요. 훈장님이 물어보는 문제의 답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어요. 아예 책을 쓱 밀어 주면서 답을 알려주는 듯한 아이도 있었어요. 갓을 쓴 것으로 보아 어린 나이에 장가를 든 모양이에요. 등지고 있는 작은 아이는 킥킥거리며 웃고 있는 듯 보였어요.
김홍도는 울고 웃는 아이들과 갈등하는 훈장의 모습들을 읽었어요. 그리고 그들의 감정들을 표정과 입고 있는 옷의 주름선으로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였지요.
어디서인가 와하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어요. 김홍도는 발걸음을 옮겼어요. 씨름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어요.
“어허 씨름판이 벌어졌군. 어어 누가 이기려나. 선수들이나 구경꾼들의 표정이 재미있군.”
구경꾼과 선수들이 어우러진 씨름판의 열기는 뜨거웠어요. 김홍도는 지체 없이 종이를 펼쳤어요. 씨름판의 열기와 장면들을 그대로 담고자 김홍도의 붓놀림은 거침이 없었어요.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
국립중앙박물관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상대 선수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어요. 승패가 막 갈리기 전이에요. 구경꾼들과 선수들의 표정들은 엇갈리고 있었어요. 김홍도는 제각기 다른 얼굴 표정과 엇갈려 앉은 자세를 힘 있고 간결한 붓선으로 표현하였어요.
김홍도는 씨름판에 있는 무려 22명의 인물들을 모두 개성을 살려 화폭에 담아냈어요. 땅바닥 짚고 입을 헤 벌리고 재미있어 하는 사내가 보였어요. 인자한 듯 보이는 노인의 모습과 어른들 뒤에 움츠린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모습도 표현하였어요.
점잖게 부채로 표정을 감춘 선비가 저린 다리를 참지 못하였는지 슬그머니 다리를 앞으로 뺐어요. 선수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사내도 보였어요. 벗어놓은 신발로 보아 출전을 기다리는 다음 선수일 것 같았어요.
유독 먼 하늘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는 엿장수도 그렸어요. 승패가 갈리면 이기는 편으로 재빨리 달려가려는 듯 보였어요. 두 선수가 벗어놓은 가죽신과 짚신으로 신분도 알 수 있었어요. 김홍도는 양반과 백성이 함께 어울려 씨름을 구경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어요.
어느 봄날이었어요. 어디서 은은한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려왔어요. 김홍도는 연주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였어요. 여섯 명의 악공에 둘러싸여 한 아이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어요. 한창 흥이 올라와 있는 춤판이었어요.
“연주 소리에 맞추어 춤추는 아이의 모습이 감동적이구나.”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무동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는 순간 숨이 멎었어요. 춤추는 아이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말았어요. 춤추는 아이의 춤사위는 아름다웠고 관객들은 흥에 겨워하고 있었어요. 소리가 마치 정지된 듯 했어요.양 볼에 힘주어 피리를 부는 악공과 하늘 높이 올라가려는 무동의 춤동작이 함께 어울리고 있었어요.
이것을 놓칠 김홍도가 아니었어요. 김홍도는 얼른 붓을 꺼내 들고 이 장면을 그렸어요. 마치 연주 소리에 어울려 춤을 추는 듯이 말이지요.
무동의 흥을 표현하기 위해 김홍도가 선택한 것은 선이었어요. 굵어졌다 가늘어지고 선명하다 흐려지는 선으로 실제와 똑같이 표현하였어요. 김홍도는 무동의 얼굴과 옷자락에 역동적인 흥까지 넣고자 하였어요.
이 밖에 김홍도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타작하는 모습, 우물가의 모습, 빨래터의 모습, 주막의 모습 등 백성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동감 있게 그림으로 담아내었어요.
정조는 김홍도의 생생한 풍속화를 보고 무릎을 치며 감동하였어요. 정조는 김홍도 덕에 백성들의 삶을 실제로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를 정치에 반영하고자 하였지요.
김홍도는 최고의 화원으로 대우 받게 되었어요. 그는 정조의 특별한 배려 속에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었어요.
김홍도는 조선 후기 당시 백성들의 생활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었어요. 백성을 위한 정조의 정책과 김홍도의 천재적인 재능이 더해져 조선 후기에는 백성의 삶이 담긴 풍속화가 꽃을 활짝 피우게 되었어요.
김홍도가 그린 수많은 풍속화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조선 후기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만약 여러분이 지금 김홍도와 같은 풍속화가라면 사람들의 어떤 생활 모습을 그림에 담을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