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적

만적, 봉기를 계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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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이·망소이 형제가 일으킨 봉기가 실패한 이후에도 곳곳에서 봉기는 계속되었어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당시 최고 권력자였던 최충헌의 노비 만적의 봉기예요.


1198년 개경(개성) 북산에 모인 노비들이 만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근래 높은 관리들이 우리 같은 천한 신분에서 많이 나왔소.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겠소? 우리도 주인을 죽이고 그놈들 자리를 차지해 봅시다.”


“만적의 말에 동감이오.”


“우리도 한 번 똘똘 뭉쳐 세상에 천한 사람 없게 해 봅시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봉기 계획을 세웠어요. 얼굴 표정은 사뭇 진지했고, 눈빛은 불타고 있었어요.

“우리 숫자로는 턱도 없소. 더 많은 노비들을 모아야 하오. 개경에 있는 모든 노비들에게 우리의 뜻을 알립시다. 대궐 안의 환관들, 관청 노비들도 설득합시다.”


“5월 갑인 일을 우리가 봉기하는 날로 잡읍시다. 흥국사에 다시 모여 우리의 의지를 다진 뒤 최충헌을 죽이고, 각자 자신의 주인을 죽인 후 노비 문서를 불태워 버려 이 나라에서 천민을 없앱시다. 그러면 우리도 높은 관리와 장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걸 받으십시오.”


만적과 노비들은 누런 종이를 오려 정(丁)자를 새겨 나누어 가졌어요. 그것은 뜻을 같이 할 동지라는 표식이었어요. 종이를 받아든 노비들은 약속한 날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요. 이들은 단순히 신분 차별을 없애려는 의도를 넘어 정권까지 차지하려고 했어요.


드디어 봉기 날 아침이 밝았어요. 만적을 비롯한 개경의 노비들이 하나 둘 흥국사로 빠른 발걸음을 옮겼어요. 혹여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조심, 또 조심했어요.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노비는 곧 수백 명에 이르렀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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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丁)자를 나눠주는 만적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요. 개경의 노비가 이것밖에 안된단 말이오. 더 많은 노비들이 모여야 계획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안되겠소. 잘못했다가는 아까운 목숨을 모두 잃게 될 수도 있겠소. 나흘 뒤 다시 모이도록 합시다. 그때는 반드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비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적을 비롯한 노비들은 성공을 위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헤어지면서 그 누구에게도 비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부했어요. 역사적 사건이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법이죠. 한충유의 노비 순정이 배신했거든요. 순정은 그날 밤 주인 한충유를 찾아가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아뢰었지요. 사실을 전해들은 한충유는 한걸음에 최충헌에게 달려갔어요. 이야기를 전해들은 최충헌은 명령을 내렸어요.


“노비들이 주인을 죽이고,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고? 당장 그들을 잡아 오너라!”


최충헌의 명령에 관군이 출동했고, 만적과 함께 봉기에 참여한 노비 백 여 명이 끌려왔어요. 나머지 무리들은 모두 죽일 수 없어 그 죄를 묻지 않기로 했지요.


“이놈들을 모두 강에 빠뜨려 죽이거라.”


만적을 비롯한 백여 명의 노비들은 강물에 던져졌어요. 최충헌은 비밀을 알려준 순정에게 은 80냥을 내리고, 양인이 되게 해주었어요. 한충유에게는 높은 관직을 내렸고요. 만적은 결국 신분 해방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차디찬 강물 속에서 숨을 거두어야 했어요.

만적의 봉기는 비록 실패했지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일깨워준 역사적 사건이었어요. 또한 우리 역사 속에서 천민이 중심이 되어 신분 차별을 없애려고 한 최초의 봉기로 기억되고 있고요. 만약 만적의 봉기가 성공했다면 어땠을까요?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이 좀 더 빨리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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