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가로 당에서 이름을 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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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당에서 과거에 합격하고 훗날 신라로 돌아와 내 꿈을 펼쳐야지.”
어린 나이에 홀로 배에 몸을 실은 최치원은 멀어져 가는 고국 땅을 바라보며 다짐했어요. 당의 수도 장안은 2000리가 넘는 먼 곳이었어요. 신라를 떠난 지 몇 달 만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지요.
장안은 신라, 발해 등 동아시아 각국 유학생들로 넘쳤어요. 여러 나라 상인들로 거리는 활기찼고요. 당시 신라 사람들은 당에서 신라방이라는 마을을 이루고 살기도 했지요.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당은 기회의 땅이었어요. 외국인에게도 벼슬 할 기회를 주었으니 말이에요.
최치원은 열심히 공부했어요. 어려울 때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는 유교뿐만 아니라 불교, 도교도 두루 공부했어요. 그리고 유학 온 지 6년째 되던 해 빈공과에 급제했고, 2년 만에 벼슬도 얻었지요. 높은 벼슬은 아니었지만 최치원은 맡은 일을 열심히 했어요. 여러 벼슬을 하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총사령관인 고변의 종사관이 되었어요.
당시 중국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요. 875년 황소가 농민군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자, 황제가 도성을 버리고 피란을 가야했거든요. 당의 토벌군은 쉽사리 황소를 진압하지 못했어요. 그 상황을 지켜보던 최치원은 황소를 꾸짖는 글인 〈토황소격문〉을 지어 보냈어요.
황소를 꾸짖는 최치원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고,
땅속의 귀신들도 너를 죽이려고 의논했을 것이다.
네가 비록 숨은 붙어 있다고 하나 넋은 이미 빠졌을 것이다.
황소는 글을 읽다 깜짝 놀라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전해요. 황소의 마음을 꿰뚫어 본 최치원의 글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거예요. 사기가 떨어진 그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지요.
“황소를 진압한 것은 칼이 아닌 붓일세. 글의 힘이 칼보다 더 강하다니까.”
사람들은 황소를 진압한 것은 군대가 아닌 최치원이라고 했어요. 그의 글 솜씨와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요. 최치원은 당의 황제로부터 큰 상을 받고, 문장가로 이름을 크게 떨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