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은 고향에서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뒷날의 어려움에 대비한다’는 옛 말을 새기며 임진왜란 당시의 기록을 담은 『징비록』을 써내려갔어요.“이제 상황이 조금 안정이 되어 지난날을 떠올리니 너무나 황송하고 죄스럽기만 하다. 내가 임진년(1592년)부터 무술년(1598년)에 이르기까지 대략 정리하였으니 이것으로 나라에 충성하는 뜻을 표하고 또 어리석은 신하로서 나라에 보답 하지 못한 죄를 드러내고자 한다.”사실 유성룡은 부끄럽고 창피한 임진왜란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어요. 전쟁으로 죄 없는 백성들이 목숨을 잃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 슬펐기 때문이에요.하지만 유성룡은 마음을 추스르며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적어갔어요.“일본군이 한양을 점거한 지 벌써 2년, 전쟁의 화를 입어 천리가 쓸쓸하고 백성들은 농사를 짓지 못해 굶어주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날 밤 큰 비가 내리는데 굶주린 백성들이 내 주위에서 내뱉는, 신음하는 슬픈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었다.”이렇게 생생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급박한 전쟁의 순간에도 중요한 일들을 매일 기록하였기 때문이에요.유성룡이 이처럼 치열하게 기록을 남겨 둔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일본군들에게 당한 것은 분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해서 이를 다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