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으로 몰래 유학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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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은 다양한 책을 읽고, 학자들과 스님들을 만나 두루 공부도 했어요. 하지만 무언가 답답함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럴수록 불교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깊어갔지요. 마침내 그는 고려를 떠나 송으로 가 불교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송에 가서 배워야만 어두운 눈을 밝게 할 수 있을 거야.”
의천은 송에서 학문이 높은 승려로 유명한 정원 법사와 여러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송에서 유학하며 불교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편지를 썼어요. 얼마 후 정원 법사에게서 승낙의 답장이 왔지요.
마음을 굳힌 의천은 아버지 문종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허락을 얻지 못했지요. 의천은 어쩔 수 없이 뜻을 꺾고 때를 기다리기로 했어요. 문종이 죽고 큰 형인 순종에 이어 둘째 형인 선종이 왕위에 오르자 다시 송으로 가겠다고 청했어요.
“형님, 저 하나만을 위해 송에 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송에 가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고 불교 경전을 수집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우의 뜻이 그렇다면 내 한 번 생각해 보겠소.”
하지만 신하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왕의 동생이 외국에 나가다니요? 너무 위험합니다.”
당시 고려, 송, 거란의 관계는 외교적으로 민감했어요. 고려는 거란(요)의 눈치를 살피느라 송과는 공식적인 외교를 하지 않았어요. 왕의 동생이 송으로 유학 간다면 거란(요)은 고려와 송이 친해질까 봐 탐탁해 하지 않을 테니, 신하들은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불교의 진리를 공부하고 싶다는 의천의 마음을 아무도 막을 수는 없었어요. 그는 31세에 제자를 데리고 몰래 송으로 가는 장사배에 몸을 실었어요. 평범한 승려 차림으로 말이에요.
고려의 왕자가 유학을 왔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송나라 황제는 그를 극진히 대우하며 유학 생활을 도와주었어요. 송 황제는 고려의 왕자를 잘 대우해 주어 고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요. 그래야 고려를 이용해 경쟁 관계에 있는 거란을 견제할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의천은 송에 있는 14개월 동안 학문이 높은 승려들을 만나 부처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원 법사도 만날 수 있었고요. 불교의 진리를 깨치기 위해 두루 공부했어요.
시간이 흘러 고려왕이 송 황제에게 의천이 고려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어요. 황제의 허락을 받은 의천은 송에서 모은 1천여 권의 책을 가지고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