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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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조정은 거란의 침입을 두고 치열하게 대책을 의논하였어요. 신하들 대부분은 거란의 대군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항복하자고 하였어요. 이때 강감찬이 홀연히 말하였어요.
“오늘의 일은 강조 때문이니 오히려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적은 군사로 대항하기 어려우니, 적의 기세를 피했다가 부흥할 방도를 도모해야 합니다.”
강감찬은 현종에게 내일의 승리를 위해 피난할 것을 제안하였어요. 왕이 적에게 잡히면 전쟁은 끝나기 때문에 피난 또한 중요한 일이었어요. 현종은 강감찬의 건의에 따라 개경을 버리고 남쪽 나주로 피난을 가기로 하였어요. 남쪽으로 길을 나선지 얼마 후 개경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정말 간발의 차이였어요. 결과적으로 피난은 성공이었어요.
“김은부가 예를 갖추어 맞이하며 의복과 토산물을 바쳤다.”
현종은 김은부가 바친 옷으로 갈아입고 토산물은 일행들에게 나누어주었어요. 일을 보던 관리들이 모두 피난을 가서 음식 마련이 어려워지자, 김은부는 직접 음식을 올리며 아침저녁으로 정성껏 현종을 받들었어요. 현종은 김은부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어요. 김은부 덕분에 안전하게 피난길을 계속 갈 수 있게 되었어요.
거란군이 물러가고 현종은 개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공주를 들려 김은부의 집을 찾아갔어요. 이때 김은부는 맏딸을 시켜 현종의 옷을 지어 바치도록 하였어요. 이 인연으로 현종은 그 딸을 왕비로 맞아들였어요. 바로 원성왕후예요.
개경으로 돌아간 후 현종은 김은부의 둘째, 셋째 딸도 왕후로 맞이하였어요. 훗날 이들 왕후가 낳은 아들 셋이 현종의 뒤를 잇는 왕이 되었어요. 목종 때까지만 해도 고려 왕실의 대가 끊길 뻔했는데, 현종 대에 와서는 고려 왕실이 번성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