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을 내려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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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의 난 때 김부식을 도와 큰 공을 세운 사람이 있어요. 바로 별무반을 조직해 여진을 정벌한 윤관의 아들 윤언이지요. 그런데 윤언이는 늘 김부식에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바로 아버지와 김부식이 얽힌 일 때문이었지요.
의천이 세상을 떠난 후 세운 대각국사비의 비문을 윤관이 쓰게 되었지요. 그런데 윤관이 지은 글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그러자 왕은 김부식을 불러 다시 쓰라고 했지요. 그는 사양하지 않고, 단번에 비문을 쓰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윤관은 무척 서운하고 언짢았어요. 이야기를 전해들은 윤언이도 김부식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고요.
어느 날 김부식이 국자감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어요. 강의를 듣던 윤언이는 김부식에게 앙갚음 하고 싶었어요. 그는 김부식이 진땀을 흘릴 정도로 어려운 질문을 퍼부었지요. 윤언이의 행동은 김부식을 건드렸어요. 그런데다 묘청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부하인 윤언이가 총사령관인 김부식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이 생각한 방식대로 난을 진압했거든요. 김부식은 묘청의 난을 진압한 후 윤언이마저 제거하려 했어요.
“윤언이는 정지상과 손잡고 서로 죽기를 맹세하고 뜻을 같이 한 사람입니다. 왕께서 서경에 가셨을 때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고, 황제라 칭할 것을 건의했습니다. 이는 금을 몹시 노하게 하는 일이며, 그 틈에 자기와 뜻이 같지 않은 사람들을 제거하고 반역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김부식은 이러한 행동이 신하로서 할 짓이 아니라며 윤언이를 몰아세웠지요.
윤언이가 연호를 사용하고 황제를 칭할 것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가 정지상과 뜻을 같이하며 서경으로 도읍을 옮길 것을 주장하지는 않았어요. 김부식이 꼬투리를 잡아 복수한 셈이지요. 윤언이는 결국 지방관으로 쫓겨났어요. 이렇듯 권력자가 된 김부식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냉정히 제거해 버렸지요.
하지만 몇 년 뒤 윤언이는 자신의 억울함을 담아 왕에게 글을 올렸어요. 윤언이는 다시 중앙으로 돌아와 높은 관직을 얻었지요. 윤언이가 돌아오자 김부식은 벼슬을 내려놓았어요. 어쩌면 윤언이의 보복이 두려워서였는지도 모르죠. 사실 김부식은 이미 일흔에 가까운 노인이었어요. 이제는 조정에서 물러날 때가 되기도 했던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