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참뜻을 따르기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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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년(명종 12) 지눌은 승과 시험에 합격하였어요. 고려의 승려들은 불교를 공부한 뒤 승과 시험을 보았어요. 고려가 불교 사회였던 만큼 과거시험에 승과가 있었던 거죠. 승과에 합격하면 높은 지위를 얻을 수가 있었는데, 지눌은 25세에 급제하였어요.
그런데 지눌은 출세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오직 불교의 폐단을 바로잡는 일에만 열정이 넘쳤지요. 그는 어느 법회에서 승려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어요.
“우리 모두 명예와 이익을 쫓지 말고 산속에 은둔해서 참선하고, 스스로 노동과 고행 속에 몸소 실천하는 부처님 제자가 됩시다.”
지눌은 승과 합격을 뒤로 하고 불교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개경에서 먼 남쪽으로 갔어요. 담양의 산사인 창평 청원사에 자리를 잡고 매일 참선 수행을 하고 불경 읽기에 열중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지눌은 혜능 대사의 가르침이 담긴 육조단경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어요. 부처의 참뜻이 선정과 지혜에 담겨 있다고 말이죠.
“우선 마음을 비우고 깨끗이 닦아야 또 채울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바로 ‘선정’이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모든 걸 알게 된다. 이것이 곧 ‘지혜’이다.”
1185년(명종 15) 지눌은 깨달음의 공부를 멈추지 않았어요. 이번엔 예천의 하가산에 있는 보문사로 자리를 옮겼어요.
“선종으로 출가하신 스님께서 어찌 경전을 탐구하십니까?”
지눌은 대장경을 통한 경전 공부에 집중했어요. 선승 출신의 지눌이 경전을 공부한다는 것은 당시 분위기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저는 오래전부터 종파를 구분하지 않고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선종과 교종이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책 속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눌은 보문사에서 경전을 읽고 또 읽으며 해답을 찾고자 했어요. 특히 교종의 대표적인 경전인 『화엄경』을 탐구했어요. 그러다 알게 되었지요. 교종의 경전에도 마음이 곧 부처라는 ‘심즉불’의 진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교종과 선종은 수행 방법이 다를 뿐, 그 진리는 같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는 서로 다르다고 비난하는가? 부처님의 말씀을 깨닫기 위해서는 참선과 경전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지눌은 교(敎)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선(禪)은 부처님의 마음이니, 선과 교과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달았어요. 선종은 참선해야 한다고 하며 책 읽는 것을 소홀히 하였고, 교종은 경전만 중시해 수행을 게을리하였던 것이에요. 지눌은 이때부터 참선과 경전 공부를 동시에 골고루 하는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세우고 이를 널리 알리기로 마음먹었어요. 불교계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