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부를 찾아온 무신들
컨텐츠 정보
- 3 조회
-
목록
본문
인종이 죽고 이어 의종이 왕이 되었어요. 정중부는 의종의 신임을 받아 무신 중 가장 높은 벼슬인 상장군이 되었지요. 그런데 의종도 나랏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궁궐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밤낮으로 잔치를 벌였어요. 경치 좋은 곳에 나들이 다니며 노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지요. 문신들도 왕과 함께 흥청망청 즐기며, 오로지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정신을 쏟았지요. 무신들은 추우나 더우나 왕과 문신들을 따라 다니며 호위해야 했지요. 그럴수록 불만은 점점 쌓여갔어요.
1170년 4월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던 어느 날,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화평재로 행차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도 왕은 문관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시를 읊고 술을 마시느라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무신들은 배고픔에 떨며 이를 지켜봐야 했고요.
“언제까지 저들을 따라다니며 호위해야 한답니까? 나랏일에는 관심 없고, 우리를 얕잡아 보는데……”
“우리가 술이나 따라주면 좋다고 받아 마시는 종인 줄 아나봅니다.”
이의방과 이고가 정중부에게 불만을 터뜨렸어요.
“문신들은 의기양양 저렇게 취하도록 마시고 배불리 먹고 노는데, 우리 무신들은 모두 굶주리고 피곤에 지쳐 쓰러질 지경입니다. 우리가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잠시 기다려 보시오.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겠소.”
이의방과 이고의 이야기를 들은 정중부는 서서히 결심을 굳혔어요. 문신들을 없애고 무신들의 세상을 만들겠다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정중부는 이의방, 이고를 불러 자신의 결심을 알렸어요.
“왕이 보현원으로 행차하는 날 그때 행동으로 옮깁시다. 그런데 왕이 궁궐로 돌아가면 다음으로 미루고 다시 때를 기다립시다.”
난을 일으키기로 마음을 굳힌 정중부
어느 날 의종은 보현원으로 놀러가는 도중 오문이라는 곳에서 잠시 멈췄어요. 잠시 쉬며 술자리를 마련했지요. 한참 시간이 지나자 의종은 명령을 내렸어요.
“이곳은 군사 훈련하기 안성맞춤이구나. 군사들을 모이도록 하라!”
의종은 지친 군사들의 사기를 높여 주려 수박희 시합을 하도록 했어요. 수박희는 손을 써서 서로 겨루는 우리나라 전통 무예에요. 군인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왕과 문신들은 즐거워했지요. 이를 지켜보던 무신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어요.
그때 나이 많은 무신 이소응이 나와 겨루기를 했어요. 기력이 약했던 이소응은 상대 군인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어요. 그러자 문신 한뢰가 나와 이소응의 뺨을 후려치며 비웃었어요.
“대장군이란 자가 하찮은 군인 하나도 못 이기니 창피하지도 않소?”
한뢰에게 뺨을 맞은 이소응은 돌층계 아래로 굴러 떨어졌어요. 이 광경을 지켜본 왕과 문신들은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어요. 이 장면을 지켜보다 화가 난 정중부는 한뢰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어요.
이소응을 희롱하는 한뢰
“이소응은 무관이나 벼슬이 3품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심한 모욕감을 준단 말이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의종이 정중부를 잡고 달랬어요. 이 때 이고는 칼을 뽑아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정중부가 눈짓을 하며 말렸지요. 그리고 거사를 일으키기로 서로 눈빛을 나누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