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하고 남편 될 사람을 직접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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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이 열다섯 살 때였어요.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주선했어요. 물론 딸의 의견을 묻지 않았어요. 조선 시대에 여성들은 남편의 얼굴도 모른 채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남자와 결혼해야 했어요. 그러나 허난설헌은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버님! 저는 제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남편 될 사람을 우리 집에 초대해 주시면, 제가 몰래 훔쳐본 다음에 마음에 들면 결혼을 하겠습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아버지 허엽은 양반 명문가끼리의 결혼이므로 상대방 집안에 예의 없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딸의 간청을 뿌리친 허엽은 혼자서 30리 떨어진 마을까지 가서 예비 사돈집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예비 사위인 김성립을 보았어요.
그의 나이는 허난설헌보다 한 살 위였지요.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웬 남자 노비가 들어왔어요. 김성립의 집안사람들은 모두 허엽이 데리고 온 노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허엽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남자 노비는 바로 그녀의 딸 허난설헌이었거든요.
당시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집안의 여성이 예비 시댁을 사전 답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크게 망신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도 없던 일이 될 수 있을 만큼 문제가 커질 수 있었거든요.
남장을 한 허난설헌
허엽은 그날 만난 예비 사위 김성립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허난설헌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 그러나 허엽은 딸의 뜻을 무시하고 결혼을 강하게 추진했고, 결국 허난설헌은 김성립과 결혼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