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불상

은진미륵 이야기

컨텐츠 정보

본문

관촉사 은진미륵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요. 고려 광종 19년(968) 봄이었어요. 충남 논산 동쪽 사제천이라는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러 반야산으로 올라갔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웬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 오는 것이었어요. 할머니는 이상한 생각에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 보았어요.


“에그머니나! 저게 뭐야?”


아기는 보이지 않고 갑자기 큰 바위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어요. 깜짝 놀란 할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산 밑으로 달아났어요. 이 소식을 들은 고을 원님은 기이하게 여겨 곧바로 조정에 알렸어요. 고려 광종 임금은 신하들과 이 일에 대해 의논하였어요.


“폐하, 이것은 땅 밑에서 솟아오른 바위에 부처님을 새겨 세우고, 슬픔에 잠긴 백성들을 위로하라는 부처님의 뜻이라 여겨지옵니다.”

광종은 전국에서 훌륭한 솜씨를 지닌 석공들을 불러들이고, 금강산의 혜명 스님을 불러다 그 바위를 깎아 불상을 만들게 하였어요. 혜명 스님은 반야산에 올라가 그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았어요. 바위는 크고 넓었지만, 생각만큼 높지는 않았어요. 이 바위로는 불상의 아랫부분을 만들고, 불상의 윗부분은 따로 바위를 찾아 만들기로 하였어요.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알맞은 바위를 찾았어요.


혜명 스님은 길이 남길 웅대한 석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석공들은 두 패로 나누어 정성을 다해 바위를 깎고 다듬으며 부처님을 만들어 나갔어요. 드디어 37여 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높이 18여 미터의 거대한 불상이 완성되었어요.


그러나 혜명 스님은 또 다른 고민이 생겼어요. 석불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아랫부분에 윗부분을 올려놓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에요. 혜명 스님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혜명 스님은 마을의 냇가 모래밭에서 찰흙으로 불상을 만들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어요. 한 아이가 모래를 편편하게 고르더니 불상의 아랫부분을 놓았어요. 그러자 다른 아이가 불상의 아랫부분 주위로 모래를 경사지게 쌓더니, 그 위로 불상의 윗부분을 밀어 올려 놓는 것이었어요. 그리고는 주위에 묻었던 모래를 치워 버리자 불상이 우뚝 서 있게 되었지요.

“오! 바로 이거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혜명 스님은 매우 기뻐하며 한달음에 반야산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일꾼들을 모아 놓고 흥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불상의 아랫부분 주위에 흙을 쌓아 비탈길을 만드시오. 그런 다음 불상의 윗부분을 밀어 올리시오.”


불상을 올리고 흙을 치우니 과연 거대한 은진미륵 불상이 완성되었어요. 혜명 스님과 석공들 모두 기뻐 어쩔 줄 몰랐어요. 혜명 스님은 마을 냇가에서 만난 아이들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다시 한번 그곳에 가 보았어요. 그러나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음, 아마 문수보살이 어린아이로 변해 나에게 지혜를 주셨구나.”


혜명 스님은 감격하며 두 손 모아 부처님께 감사를 드렸어요.


여러분이 직접 고려의 거대한 불상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아마 못생긴 모습에 웃음을 지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거대한 부처님의 모습에 고려 문화의 다양함과 위대함을 느끼지 않을까요?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 / 1 페이지
RSS
알림 0